2006년 12월
눈이 오고 바람이 엄청 불어 사진 찍기 힘들었던 덕유산에서.
오늘아침 새벽에 서둘러 전북에 있는 무주에 갔다
곤도라를 타고 향적봉에 가서 눈 사진 찍어 볼 마음으로.
내가 사는 여수는 눈 구경하기 어려운 도시라서
하아얀 눈만 보면 10대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들뜬 마음으로 대전- 통영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덕유산 IC로 빠져나와
무주로 향했다.
안성재를 넘어가는 고개길이 만만치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길이 사실은 얼어있었다.
조금 빠른 속도로 고개길에 접어드는 차들은 대부분 미끄럼을 탔다.
그냥 미끄럼도 있는가 하면 회전 미끄럼도 있었다.
보기는 멀쩡한데 내려서 길을 밟아보니 미~끌
얼음이 살짝 얼어 위험한 도로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전혀 눈치 못챈 드라이버들.
먼 산에 눈이 약간 보이기만 했지 바닥이 얼어있을줄이야.
너무 당황한 마음에 생각이 정지된 상태에서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은 차는 어김없이 회전 미끄럼.
아찔한 순간을 넘겨 마음을 진정하고 일행들이 속상해 있는데
어느 여유있는 드라이버는 제자리서 3바퀴 회전하고(역시 눈길에는 4륜이 좋았다.)
내려가면서 물어본다. "가는 길에 레카 불러 줄까요?"
우리들의 차는 튕겨서 반대차선 길가 화단 앞에서 멈추었다.
차의 왕래가 좀 있었다면 대형사고가 날 그런 처지였었다.
레카가 오기 전에 길 옆에 있는 제설용 모래를 길에 뿌려 주기도 하고,
고개를 넘어 오는 차는 속도를 줄이라고 손짓도 해주고...
흔들 흔들 오는 차는 우리쪽으로 미끄러져 올까봐 화단에 오르기도 하고...
차가 많이 다쳐 오늘 집에나 갈수 있을지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응급수리도 다 끝나고,
우리들의 목적지인 덕유산에 가서 한가하게 오르내리는 곤드라 타고
구경을 했다.
인공눈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보기 힘든 상고대가 잔뜩있었다.
서리가 눈과 같이 나무에 얼어 붙어있으려면 날씨가 추워야 되지만
너무너무 추워, 세찬 바람에 손도 얼고 발도 얼고 얼굴도 꽁꽁 얼어붙어
모든게 싫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니 손가락이 얼어 셔터도 안 눌러지고 무감각에 아프기만하다.
오늘 같은 날 두 번 다시 올까 두려운 마음이었지만
수리비 걱정해야 되는 일행인 차주는 마음이 무너지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안 다쳐 크나큰 경험을 했다고 서로 위로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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